1. 간첩·이적 활동에 대한 조기 차단 기능 약화 우려
국가보안법은 단순히 폭탄을 터뜨리거나 무장 봉기를 했을 때만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반국가단체의 구성·가입, 회합·통신, 이적단체 활동, 이적표현물 제작·소지 등 준비 단계에서부터 폭넓게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법입니다. 형법에도 내란죄·외환죄·간첩죄가 있지만, 보통은 국가기밀이 실제로 유출되었거나 폭력행위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뒤에야 적용되기 쉽습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형법과 개별 특별법만 남게 되면, 수사기관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범죄”가 드러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반국가단체의 조직화, 지령 수수, 이적 선전·선동, 자금 지원 등 사전 준비 단계를 법적으로 억제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안보·국방 측면에서 치명적인 허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정보·수사기관 대공 기능의 위축 위험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대공·보안 부서는 오랜 기간 국가보안법을 핵심 수사·기소 근거로 사용해 왔습니다. 과거에 이 법이 과도하게 적용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들이 있었고, 그에 대한 비판이 충분히 제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간첩 사건이나 이적단체 관련 사건 상당수가 국가보안법 조항과 함께 수사·재판이 이루어져 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형법만으로 기소가 가능할까, 나중에 무죄가 나는 것은 아닐까”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어, 실제 위협이 있는 사안이라도 착수 자체를 주저하는 수사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사건 수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더라도, 물밑에서 준비되는 활동은 되레 늘어날 수 있고, 그 결과는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북한 및 적대 세력의 심리전·대남공작에 유리한 환경 조성
최근 안보 위협은 단순한 군사 도발을 넘어, 사이버 공격과 여론전, 가짜 뉴스, SNS를 통한 심리전 등 훨씬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 체제나 주장을 노골적으로 찬양·고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사실상 지원하는 단체 활동과 선전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 법이 완전히 폐지될 경우, 표면상으로는 “합법적인 시민·정치단체”의 외형을 갖추면서 실제로는 북한이나 다른 적대세력과 연계되어 활동하는 조직들을 법적으로 제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의견이나 비판과, 조직적인 심리전·공작 활동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그 경계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줄어들면, 북한 입장에서는 대남 공작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는 셈이 됩니다.
4. 군사·방산 기밀 유출과 연계된 이적 행위 처벌 혼란
군사기밀보호법, 방위산업 관련 법, 형법상의 간첩죄 등으로도 많은 행위를 처벌할 수 있지만,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이라는 요소를 별도로 규정해, 적대세력을 이롭게 할 목적의 행위에 대해 가중 처벌 또는 별도 처벌을 가능하게 해 왔습니다. 법이 폐지되면, 실질적으로는 북한이나 기타 적대세력에게 큰 도움을 주는 위험한 행위라도 형식적으로는 단순 기밀 누설이나 배임, 업무상 비밀누설 정도로만 다뤄질 우려가 있고, 국방 분야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억지력과 경각심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5. 동맹국·우방국과의 정보 공유 신뢰도 저하 가능성
대한민국은 미국 등 우방국과 군사·정보 협력 체계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때 상대국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자국이 넘겨준 정보가 상대국 내부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되는가입니다. 대공·반간첩 관련 법제가 대폭 약화된 것으로 비칠 경우, 일부 동맹국에서는 “한국의 내부 보안 장치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민감한 정보 제공을 줄이거나 형태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는 국제 안보 네트워크 속에서 한국의 신뢰도와 정보 접근 권한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6. 대체 입법·안보 체계에 대한 충분한 설계 없이 ‘전면 폐지’부터 추진하는 문제
국가보안법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부터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해 온 측면이 있다는 지적은 분명 존재합니다. 유엔 인권기구나 국제 인권단체들이 여러 차례 폐지 또는 전면 개정을 권고해 온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문제가 된 조항을 정교하게 손질하고, 동시에 현대 안보 환경에 맞는 대체 입법을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예컨대 모호한 개념과 과잉 처벌 요소를 줄이면서도, 사이버 간첩, 위성·미사일·핵 관련 기밀 유출, 테러 준비 행위 등을 포착·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 형사법 체계를 만드는 방향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사실상 “전면 폐지” 성격의 법안을 먼저 내놓고, 대체 입법과 안보 공백 대책은 이후 과제로 미뤄 버리는 방식은, 국가안보·국방 측면에서 너무 성급하고 위험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7. 안보 이슈의 정치적 소모전화와 사회 분열 심화
안보 정책은 가능하면 정쟁에서 조금은 떨어뜨려 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최소한의 공통분모 위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오랫동안 이념 대립의 상징처럼 소비되어 왔고, 이번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허무는 시도”라는 비판과 “반민주적인 악법을 청산하는 일”이라는 옹호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보기관, 공무원 사회까지 정치적 줄서기가 심해지면, 실제 안보 사안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보다는 진영 논리가 앞설 위험이 커집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남남 갈등과 내부 분열이 깊어질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안보 환경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8. 표현의 자유 논란과 국가보안법의 문제점
한편으로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는 비판 역시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권 비판이나 통일운동, 북한 관련 연구와 토론까지도 “이적”으로 몰려 수사·기소된 사례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양심과 사상,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국내 인권 단체는 물론, 국제 인권 기구들도 국가보안법의 모호성과 과잉 처벌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폐지 또는 전면 개정을 꾸준히 권고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 때문에 현재에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곧바로 “악법”이라는 인식이 떠오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9. 그럼에도 민주당의 ‘중국 혐오 처벌 법안’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옥죄는 모순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세력 스스로가 다른 영역에서는 오히려 말을 더 강하게 막는 법안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 등이 발의한 형법 개정안과, 이른바 ‘혐중 시위’를 겨냥한 집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들입니다. 형법 개정안은 특정 국가나 그 국민, 특정 인종 등 집단에 대한 모욕·명예훼손을 별도로 처벌 대상으로 삼고, 허위 사실 적시 시 최대 5년 이하 징역까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언론과 야권,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국 모욕하면 징역형’, ‘중국 혐오 처벌법’, ‘혐중 금지법’이라는 별칭으로 강하게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민주당 측은 이 법안이 “정당한 비판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욕설과 거짓 혐오 선동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맥락을 고려하면, 이런 규제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지는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인권 문제, 대만·남중국해 패권 문제, 북한 지원 문제,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문제 등은 대한민국 국민이 충분히 강하게 비판하고 따져 묻고 싶은 영역입니다. 그런데 특정 국가나 국민을 향한 비판과 혐오 표현의 경계를 권력과 수사기관이 임의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생기면, 정권이나 여당에 비판적인 반중(反中) 여론과 집회, 표현들을 ‘혐오’라는 이름으로 선별적으로 제재할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반미·반일 시위 등 서구권과 우방국을 향한 거친 표현과 상징적 행동이 있어 왔지만, 그런 집회에 대해서는 정권과 여당이 상대적으로 관대했고, 이번에는 중국을 향한 거친 비판이 문제 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일관되게 지키려는 것이라기보다, 특정 국가와 정권의 이해에 맞는 방향으로만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중국 비판이나 반중 시위를 겨냥한 강력한 규제 법안을 내는 것은 자유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논리의 자기모순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분명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고, 폭력 선동·명백한 혐오 선동에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규제는 특정 정권이나 특정 국가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고 중립적인 기준 아래에서 설계돼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정작 중국과 관련된 표현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강한 형사 처벌 법안을 추진한다는 점은,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보편적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10. 정리: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안보·국방 측면에서 너무 큰 위험을 안고 있다
정리해 보면, 국가보안법에는 분명 과거 인권 침해와 과잉 수사,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한 번에 전면 폐지하는 방식이 옳으냐고 하면, 안보·국방 관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첩·이적 활동의 조기 차단 기능 약화, 대공 수사기관의 위축, 북한 및 적대 세력 심리전·공작에 대한 대응력 저하, 군사·방산 기밀 유출에 대한 처벌 혼선,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 신뢰도 하락, 준비되지 않은 대체 입법으로 인한 법적 공백, 안보 이슈의 정치적 소모전화와 사회 분열 심화 등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이, 한편으로는 중국 관련 비판과 집회를 겨냥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수준의 ‘혐오 표현 처벌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자유와 인권을 진정한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습니다. 이런 점까지 함께 고려해 보았을 때, 현재와 같은 방식의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시도는 국가안보와 국방,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에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