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혐오 비난 금지법과 민주주의의 위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신성시되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바로 '표현의 자유'입니다. 이는 단순히 말할 권리를 넘어, 사유할 권리이자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인 비난 시 처벌'을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 움직임은, 대한민국이 어렵게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신호로 읽힙니다.

특정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와 차별은 지양해야 마땅한 도덕적 책무이지만, 이를 법의 칼날로 재단하여 '비난'이라는 모호한 범주까지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입과 귀를 검열하겠다는 독재적 발상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그 위험한 징조

역사적으로 독재의 서막은 언제나 언어의 통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 브라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언어를 축소하고, 사상을 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치 독일 또한 유대인에 대한 비판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정권에 반하는 모든 목소리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며 탄압했습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이 법안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비난'의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문화 침탈, 외교적 결례에 대해 국민으로서 느끼는 정당한 분노와 비판조차 '비난'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처벌받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대한민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비판할 수 없는 대상은 성역이 되고, 성역이 존재하는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사이의 줄타기

물론, 현대 사회에서 혐오 표현(Hate Speech)에 대한 규제는 필요한 논의입니다. 그러나 특정 국가나 국민을 지정하여 그들에 대한 비판만을 핀셋으로 골라내어 징역형까지 거론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과잉 입법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전체 인류가 하나의 의견을 가지고 있고 단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가진다 하더라도,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하물며 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정서와 비판 의식을 법으로 강제하여 억누르려는 시도는, 국민을 계몽의 대상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권위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방식과 묘하게 닮아 있어, 우리 사회가 점차 '중국화'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합니다.

독재의 그림자를 걷어내며

대한민국은 피와 땀으로 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쟁취한 역사를 가진 나라입니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 국가 원수 모독죄나 유언비어 유포죄 등으로 수많은 지식인과 학생들이 옥고를 치렀던 암울한 시대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지금 거론되는 '중국인 비난 금지법'이 그 시절의 악법들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판이 금지된 사회는 고인 물과 같아서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썩기 마련입니다. 타국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경계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이를 법으로 막겠다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가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키는 자해 행위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은 비난을 처벌하는 나라가 아니라, 그 비난조차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감시와 처벌의 공포 속에 살기보다는, 시끄럽더라도 자유로운 광장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입술에 채워진 차가운 자물쇠

보이지 않는 손이 혀를 누르네

자유라 불리던 광장의 바람은

붉은 먼지에 덮여 숨을 죽이고

비판이 죄가 되는 회색의 도시

우리는 침묵으로 비명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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