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NO JAPAN"을 외쳤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미 대사관 담을 넘는 시위까지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 중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법의 이름으로 제재받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공정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특정 국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국민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최근 발의된 이른바 '중국 혐오 금지법' 논란과 외교적 이중잣대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봅니다.
동맹국을 향한 시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의 관용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던 시기를 기억합니다. 2019년 시작된 이 운동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었으며, 이는 국민의 자발적인 의사 표현으로 존중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2024년 한국인의 일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다인 882만 명을 기록하며 '선택적 불매'라는 새로운 양상을 보였음에도, 반일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 자체는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항의하며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저의 담을 넘어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이는 과격한 시위 양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인 목소리'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2025년 11월, 미 대사관이 전남 신안 염전 노동 착취 사건을 인신매매보고서와 연계하여 통상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때조차, 우리 사회는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즉, 동맹국인 미국과 일본을 향한 비판과 시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허락된 자유'였습니다.
그러나 2025년 10월, 중국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사뭇 다릅니다.
주한 중국 대사관이 반중 시위와 관련해 "중국인의 신변 안전과 합법적 권익 보장"을 한국 정부에 엄정히 요청하자,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강력했습니다. 경찰은 반중 시위자들을 통제하고 구속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집회를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과거 미 대사관저 난입 사건이나 반일 불매 운동 당시 보여주었던 정부의 방임적 태도와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독려하고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중국 비판 시위를 '불순한 의도'로 간주하며 선제적으로 차단에 나선 것입니다.
이는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노력을 넘어, 중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한국 내 치안 유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 '중국 혐오 금지법' 발의: 입법 독재의 서막인가?
이러한 논란의 정점은 최근 발의된 형법 개정안, 일명 '중국 혐오 금지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혐오 범죄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중 시위를 겨냥한 입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9,000건 이상의 반대 의견이 쇄도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비판론자들은 "반미·반일 시위에는 침묵하면서 왜 유독 중국에 대한 비판만 법으로 막으려 하는가"라고 반문합니다. 고민정 의원 등 야당 인사들이 학교 주변 혐오 시위 금지법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단순한 질서 유지를 넘어 사상과 표현의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공산화 독재의 그림자?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판과 시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무한정 허용되지만,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한 비판은 '혐오'와 '자해 행위'로 낙인찍혀 공권력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동맹국을 향한 잣대는 가혹하고, 주변 강대국인 중국의 심기 경호에는 철저한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이 공산화 독재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국가의 자존심은 강대국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 금지가 아니라, 그 어떤 국가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론장에서 나옵니다.
특정 국가를 위한 '성역'을 만드는 법안과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하게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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